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

in #zzan8 days ago

오늘 창작 교실 수업이 있었다.
자동차를 서비스 센터에서 찾아오지 못한 관계로 아침에 청평역에서 걸어서 모시고 왔다.
선생님은 8시 52분이면 청평역에 도착하신다.
항상 역으로 차를 가지고 모시러 나갔는데 오늘은 그냥 걸어가서 모시고 왔다.
물론 택시를 타도 되는데 그것은 극구 사양하신다.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슬며시 강의실을 빠져나와 기아 서비스 센터로 가서 차를 찾아왔다.
어제저녁에 정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은 받았기에 수업이 끝나고 나면 모셔다 들여야 해서 그리했다.

12시에 수업이 끝나고 늘 하던 대로 강의실에서 간단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선생님을 모셔다 드리려 하는데 아내가 살짝 불러서 조용히 말을 한다.
오늘 추석 선물이 있어 짐이 무거우니 춘천까지 다녀 오란다.
아내의 명이니 토를 달 것도 없고 알았다고 하고 다녀왔다.

선생님 차가 있는 남춘역으로 가야 하는데 가다 보니 선생님 집으로 갔다.
다가서 보니 아차 선생님 차가 남춘천 역에 있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역시 당연히 집으로 간다는 생각에 아무 말씀 없으셨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나서 아이고 미안해라 나도 깜짝했네 하시며 웃으신다.

결국 춘천을 한 바퀴 돌았다.
연세라고 하면 혼나는데 정말 그 연세에 대단하시다.
선생님을 모시고 공부를 한다는데 큰 복인 거 같다.
선생님을 남춘천 역 주차장에 내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한컷 하려는데
찍지 말라시며 얼른 유리를 올리신다.
그러나 나는 한컷 했다.
선생님은 언제나 곱다.

선생님처럼 늙어 가면 더 바랄 거 없을 거 같다.
글공부만이 아니라 삶이 다 본받고 싶은 그런 분이 우리 선생님이다.
뭐, 수업 때마다 야단을 맞아도 그건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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