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in #zzan15 days ago

가을비가 내린다.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린다.
이맘때쯤이면 비가 오고 나면 나뭇잎은 더 떨어지고 기온은 내려간다.
기다려 온 가을을 머물지 못하게 의붓자식 들볶아서 내쫓아버리려는 심보를 가진 못된 팥쥐 엄마 같은 비가 내린다.

가을비도 처음부터 그렇게 못되지는 않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렇게 변한다.
어제오늘 오는 비는 그래도 봐줄만하다만 다음에 오는 비는 좀 더 쌀쌀맞은 그런 비가 올 것이다.
오늘비도 사실은 안 그런 척하면 서 내렸다.
그러나 젖은 낙엽을 보면 심보를 감춘다고 다 감춰지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 와중에도 덕보는 것들도 없는 건 아니다.
어제오늘 내린 비는 김장 배추나 무 같은 것들은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그런 무나 배추도 이제 한두 달 지나고 나면 언제 그랬나고 대들 정도로
비가 내리는 것을 무척 싫어할 것이다.

이런 걸 보면 환영받지 못하는 가을비가 누구를 닮은 거 같기도 하다.
그게 누구라고 말하기는 그렇고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기를 기도, 혹은 노력해야 하리라.

카톡이 울어 보니 내일 11시에서 12시쯤에 도착 할거 같다는 사람이 있다.
미워할 수 없는 그런 사람이다.
그야 말로 하는 향동을 보면 가을비 같은 사람이지 싶다.
그는 가을비 같은 사람이 아닌 봄비 같은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
멋진 청년이니 가을비가 아닌 봄비 같은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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