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은 독서] 제5도살장(커트 보니것)

in #zzan9 day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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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떠 올리게 하는 제목의 소설인데
실제로 커트 보니것은 조지 오웰을 좋아했다고 한다.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저자는 드레스덴 폭격에서 기적적으로 살아 났고 그 기억을 20년 이상 품고 있다가 소설로 내놓았다.
전쟁의 참상을 어찌 쉬 서술할 수가 있겠는가. 고민하고 궁리하고 삭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인인 커트 보니것이 군대에 징집된 것은 코넬 대학교 재학시절 반전 글을 신문에 기고하여 그야 말로 '찍'혔고 그 때문에 학교에서 제적 당해 대학생이면 징집을 피할 수도 있었던 기회를 잃은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빌리 필그림'이라는 꺼벙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쟁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일반전인 전쟁 배경 소설이었다면 주인공은 45세의 고교 교사인 '에드거 더비'가 적격이다. 이 남자는 늙은 나이임에도 자원했고 포로신세가 되었어도 부상병들을 보살피고 전체를 위한 행동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드거 더비는 수용소에서 고작 찻주전자를 가져갔다는 죄로 총살형을 당한다. 정신 나간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조롱거리였던 빌리는 처형대 근처에서 그를 묻을 삽을 들고 있었고. 이 작품이 반전, 반문화적이라고 비평되는 이유다.

삶이 권선징악, 사필귀정으로만 흘러가면 얼마나 안심이 되겠는가. 그러나 인간과 세계가 만들어 놓는 그물은 아이러니와 모순 투성이다.
참고로 빌리가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은 '시간 여행'이었고 그가 접촉한 외계인들은 '트랄파마도어'다.
빌리는 절박한 순간마다 시간의 파도를 타고 미래는 물론 과거로도 넘나들었다. 그래서 소설 속 시간의 순서도 뒤섞였다.

특이한 점은 누군가 죽었다는 표현이 나올 때마다 문장 끝에 '뭐, 그런 거지'라는 토를 달았다. 무려 106회나.
이런 시니컬한 점이 젊은이들에게는 인기 요인이었을 수도 있겠다. 그림도 한 장 들어 있다 - 트랄파마도어에 납치된 여배우로 지구인들의 가정과 성생활을 보여주는 여인의 가슴골에 매달린 목걸이다.

어쨌거나 드레스덴은 철저히 폭파 되었고 독일인과 군인과 포로 등 135000명이 사망했다.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작가인가 보다.
어제 넷플릭스에서 [차일드후드]라는 길고 긴 2시간 45분짜리 영화를 봤는데 남자주인공이 고딩 때 들고 다녔던 책이 이 작가의 [챔피언의 아침식사]였다.

커트 보니것 /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원 1969년) /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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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는 책들이 재미있어서 그런지 이 책도 재미있어 보이네요.

흠…. 독서하는 삼형제 아빠.

106회를 직접 세어 보셨나요? ㄷㄷ

아뉴…. 번역자의 후기에….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