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lylee's Life Magazine 7.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카메론 크로우 감독, 2011) : 상실의 극복

in #kr6 years ago

Lilylee's Life Magazine 7.
Films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카메론 크로우 감독, 2011) : 상실의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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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론 크로우 감독의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를 보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이 영화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주인공이 아내와의 추억이 가득한 동네를 떠나 새로운 곳을 찾고자 집을 사면서 시작된다. 이 집은 영화 제목에서도 나와 있듯이 '동물원'이다. 이 집에 딸린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이 전 집주인이 내건 조건이었고, 주인공은 이 조건을 받아들인다.

영화는 뻔한 문법을 따라간다. 예민한 사춘기를 겪는 아들과의 갈등, 폐쇄한 동물원을 경영하며 따라오는 재정적 문제, 이성적인 회계사 형의 반대, 죽어가는 호랑이에 죽은 아내를 투영하는 장면, 젊고 예쁜 동물원 여직원과의 로맨스 등, 영화 포스터 만으로도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일들이 일어난다. 상실의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도전, 그 도전으로 인한 갈등과 고난.
그리고 결국에는 이 영화가 맞이하게 될 것이 해피엔딩임을 누구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벌써 포스터부터 행복해 보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 속에는 울림이 있다. 특별한 서스펜스나 반전이 없어도 이 영화는 '상실'을 맞이한 이들의 극복을 담담히 그려냄으로써 관객의 마음을 어택한다. 그것은 영상의 연출, 배우의 연기, 좋은 음악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다.

'동물원 경영이라니 아무리 집이 마음에 들어도 무리'라며 돌아서는 주인공의 마음을 돌린 것은 어린 딸의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매우 멋진 장면이다. 공작새에게 말을 걸며 즐거워하는 모습, 살며시 슬픔이 묻어나는 소녀의 웃는 얼굴,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 그의 머리 뒤로 비치는 눈부신 햇살, 문득 마주친 사자의 눈. 그 씬이 참으로 멋졌다. 멋지다는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음악도 좋다. '넓은 뜰과 산이 펼쳐진 이 곳이야말로 아메리칸 웨이'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초반에는 그의 아메리칸 드림을 쫓는 듯한컨트리 뮤직이 나오지만 사실 영화에 시종일관 흐르는 것은 시규어 로스를 대표로 하는, 다소 쓸쓸하지만 평안한 안락함을 주는 자연의 이미지가 가득한 음악이다. 영화 음악을 시규어 로스의 욘 소르 비르기손이 맡았다. 본 이베어의 'Holocene', 시규어 로스의 'Hoppípolla' 등 귀에 익숙한 음악이 등장한다.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어린 딸 로지 역의 매기 엘리자베스 존스는 어떻게 이렇게 어린아이가 이런 표정을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그 소녀 얼굴에서는 '엄마를 잃은 슬픔과 아직 그 슬픔을 제대로 알 만큼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의 심리'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 영화를 매우 감명깊게 본 것은 어쩌면 내가 삶과 죽음, 정확히는 '남겨진 자들의 삶'에 골몰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상실은 집착으로도 도피로도 극복할 수 없다. 결국 상실에 대해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될 때 그것을 극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내의 사진을 차마 넘겨보지 못하던 벤자민(맷 데이먼)이 나중엔 사진을 넘겨서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마침내 돌아볼 수 있게 됐을 때, 그는 이미 상실을 극복한 것이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아이들과 함께 아내를 처음 만난 카페에서 그 당시 상황을 말해주는 장면은 일견 사족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주된 주제인 '상실의 극복'을 좀 더 알기 쉽게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한 친절한 설명이었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깜빡할 뻔 했다. '20초만 용기를 내면 된다'는 말이 나오는데, 아주 중요한 격언이다.
정말로 그렇다! 아주 잠깐만 용기를 내면 되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 아이들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좌우명으로 삼기에 손색이 없다. 즉, 이 영화는 정말 바람직한 가족영화인 것이다. 어른도 아이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명을 받을 수 있는 가족영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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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감기 조심이요~

오호 궁금해지네요 ㅎㅎㅎ
기회되면 봐야겠어요!!

좋은 가족영화였어요.

멋진 말이네요. '20초만 용기를 내면 된다'
가슴과 머리에 새겨놔야 겠습니다.ㅎㅎ

좋은 말이죠! 전 이 영화를 보고 또 잊고 살다가 리뷰 보고 아 맞다 그랬었지.. 했답니다ㅎㅎ
잊지 않고 살아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