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11 "생각.. 그리고 글.." 이라는 것...

in #zzan5 years ago

  • 나이 지긋한 어르신 말씀..

"공부해야지,, 공부 안하면,, 밥 빌어 먹는다.."

오래 전, 귀가 닳도록 듣던 부모님의 언성 높은 말이었습니다. 남들은 학교수업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학원에, 그룹과외에,, 조금 가정형편이 좋았던 친구들은 개인교습까지 받던 시절,, 달랑 교과서 하나 남짓.. 이 것 마저도 보는 둥 마는둥 했으니 말이죠.. 가끔은 문제집, 참고서를 구입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용돈을 받아, 친구들과 어울려 엉뚱한 곳에 다 써버리기 일이 허다 했으니, 지금 생각해봐도 공부와는 참 거리를 두었던 학생 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학창시절, 전공수업의 어느 시간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이 교수님은 교내 수업이 편하기로 소문이 나 있던 교수님이기도 했습니다. 전공수업임에도 예체능계열이나, 취미생활과 같은 교과과목의 수업보다도 과제를 내주거나, 학습량에 대한 압박이 전혀 없었기도 했었으니 말이죠. 일부 학생들은 강의가 무성의 하다거나, 속 된말로 "날로 먹는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학습을 통해 무언가의 참의미를 얻고자 함은 여전히 많지 않은 학생이었나 봅니다.

이 교수님은 매 수업시간에 자율적인 과제를 하나씩 내 주었습니다.
역시 이를 평가하거나, 체점하여 성적에 반영하지도 않았습니다. 단지, 자율적으로 제출한 학생들에게는 한 줄이 되었던, 혹은 A4용지의 한 페이지 분량이 되었든 차이는 있지만, 생각하시는 이야기를 적어서 다음시간 혹은 그 다음시간에 되돌려 주시곤 했습니다.

"아무 내용도 좋습니다.. 전공관련 내용도 좋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야기도 좋고, 그 무슨 주제를 선정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 분량역시 한장이 되어도 좋고, 석장이 되어도 좋습니다. 다만 너무 길면,, 안돼요.. 내가 다 읽기에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일주일에 두번,, 한 학기 약 16주...
총 서른 두번의 시간에 공휴일에 교내 행사들..
첫 수업시간, 그리고 종강일 등.. 빠지는 날을 다 헤아리고 나면, 스물 다섯, 여섯 번 정도의 강의시간이었습니다.

왜 이런 과제를 내야 하는지도,, 뭘 써내려 가야 하는지도..
고민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듣기.. 보다 중요한 것이.. 읽기이고,,
말하기 보다 중요한 것이.. 쓰기입니다.
그렇다고 듣기나 말하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요..
지금 처럼, 젊은 나이에 읽기과 쓰기연습을 많이 해두면..
내 나이가 되가는 과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에요..
지난번 과제, 그리고 그 전의 과제보다, 본인의 생각을 잘 써내려 간 것 같군요..
잘 읽었어요..

어느 날 하루는 라는 내용으로 손수 자필로 적어주신 과제의 회신을 받게 됩니다..
이게 뭔소린가,,싶기도 했지만, 그 나이 지긋한 교수님의 마지막 수업시간에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전공수업의 내용은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에 더 집중하고, 더욱 열심히 해도 부족할 수 밖에 없은 것이 학교수업과정입니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는 교수의 말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그 중 극히 일부이니깐요.. 학기 초에는 뜬금없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많았지만, 오늘 마지막 강의를 앞두고 과제를 제출한 학생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출해 주었네요.."

"학교생활이라는 몇 년 동안 누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익히고,, 누구는 신나게 그리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곤 합니다. 모두 의미 있는 일이에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니깐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한 학기 동안 내 준 과제는 바로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들어서 쌓아가는 지식보다는 읽고 쌓는 지식의 속도가 수배에서 수십배 이상이 빠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읽기가 중요하다고 했고, 이는 내 강의를 듣는 학생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참 말할 일이 많아요.. 조리있게도 해야 하고, 때로는 복잡한 상황을 빠르게 재해석해서 표현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나 같은 나이가 되면 조금은 느려도 되는 시간여유가 있지만, 내 앞에 학생 여러분들에게 사회는 그리 관대하지 않아요.. 무슨 내용이 되었던, 자신의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연습은 곧 쓰기가 중요함을 말하는 것이었고, 이런 연습이 모이면 어느샌가 여러분의 말하기 능력은 높은 수준이 되어 있을 것이에요.."


  • 자신의 글을 다시 읽어 본 적 있나요??

이제 막 한글을 땐 아이들에게 빠지지 않고 경험하는 두 가지의 일..
바로 "받아쓰기""그림일기" 입니다.

이들에는, 다양한 목적이 있지만, 초등교육 저학년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이 두가지는 아이들에게 한글의 익힘과 함께 쓰기에 대한 친숙함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라고 말합니다. 평가의 방식이나 교수법이 많이 변화한 요즘은 예전과 같이 이 두가지의 활동을 성적표에 반영하는 평가의 수단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이라도, 긴장하여 더 틀리거나, 하나라도 더 맞아야 한다는 그런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건성으로 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을까요??

지금의 초등교육과정은, 중등, 고등교육과정에 비하면 참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글로벌 많은 선진국가들의 좋은 모습들을 배워오기도 하였고, 특히 이들을 있는 그대로를 가져오는 것이 아닌, 한국정서에 맞도록 나름의 각색을 한 적합한 옷을 입혀 주는 듯하게 말이죠..

왜 독서가 중요한 것인지를 알려 주기 보다는
생활하며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할 수있게 해주는 교육과정..
아이들간 차별로 인해 보이지는 않는 그늘을 만들지 안기 위해서,,
아이들 모두에게 서로를 존중하는 것을 가르치는 과정들이 그런 활동들 중 하나 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아이들 마다 성격이 다르듯, 선호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들은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가 가기싫다고 하는 모습은 현저하게 줄어든 요즘이기도 하답니다. 이런 아이들의 받아쓰기 노트나 그림일기를 보면, 참 순진하구나,, 순수하구나 싶다가도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는 사실과 생각 그대로를 써내려 간다는 것입니다. 비록 어휘력은 아이들 수준이기 때문에 행여 적합하지 않은 그런 단어를 사용했을지라도 말이죠..


1년 전, 혹은 2년 전 자신의 블로그에 적어둔 글을 읽어 보세요.. 잊고 지냈던 일기장을 찾게된 기분 이상의 즐거움을 만나실 수도 있습니다.

글이 없으신가요?? 그러면,, 오늘 부터 적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이야기 라도 좋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면 설레는 것처럼, 갖고 싶은 무언가를 고심 끝에 손안에 쥐었을 때의 그 기쁨을 글로 남겨 보세요.. 내 아이를 만나고, 내 아이가 자라는 과정도 좋고,, 혹시라도 남들에게 보여 주거나, 알려지고 싶지 않다면,, 블로그에 기록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시간이 없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 보는 스마트폰 메모어플을 이용해도 좋습니다.. 이는 그 순간을 반성하거나, 기록하여 기억을 더듬게 하기 위함이 아니니 말이죠.

"자신을 위한 이야기.. "
"자신의 생각.. 그리고 글.." 이라는 것...

그 글을 읽는 다른 누군가의 삶에 도움이 될 수있는 가치를 발휘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에게도 읽혀 지지 않는 그런 글이 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작가이여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자신 스스로를 위해 글을 써보는 연습과도 같은 것 이니 말이죠..

오늘의 "의:미"..
"그 연습과도 같은 글이 자신에게도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쓰여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일 일 수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의:미 이야기" 읽어보기..)

의:미#10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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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교수님 참 의미있는 과제를 내어 주셨네요.
글쓰기, 소중한 인간의 능력입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글쓰기라는 것이, 사는데 참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 인것 같아요...

훌륭하신 스승을 만나셨습니다.
내 생각을 담아내는 글
저도 꼭 써보고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leems 님께서는 이미 충분히 생각을 담아내는 글을 쓰고 계신듯 느껴집니다.. ^^;

너무 멋진 글입니다.
십년이 더 훌쩍 지났어도 그 교수님의 말씀이 생생이 기억날 법하네요.
매일매일 짧더라도 쓰는 습관을 잃지 않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언가에,, 촉박하거나,, 재촉 같은 그런 느낌 없이..
그냥.. 쓰기를 위한 쓰기.. 내 스스로를 위한.. 그런 쓰기 말이죠..
이게 참 중요하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