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희, 담화와 의미론

in #undefined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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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희 - 감독 홍상수, 2013

선희(정유미), 문수(이선균), 동현(김상중), 재학(정재영)

그들 사이에 많은 말들이 오고 간다. 이 말들과 ‘선희’라고 불리는 사람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이런 말들이 자기 자신을 묻는 선희에게 어떤 답이나 또 다른 질문을 줄 수 있을까?

"선희는 내성적이지만 안목이 아주 좋고 파격적이고 용기도 있어."
"끝까지 파야 돼. 끝까지 파야 갈 수 있고, 가야 알 수 있는 거잖아."

말 자체가 돌고 돌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돌고 돌아오는 대사들 그리고 전에 없이 놀라운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 한 편의 노래를 꼭 주목해야 한다. 그 말들과 노래가 반복될 때 우리의 희로애락도 어느새 각자의 방식으로 고양된다.

영화 <우리 선희>에서 화자의 관점으로 선희의 성격을 규정한다. 이는 공시태이다. 그리고 선희 주변의 세 명 남자들의 수직축, 시간에 의하여 선희가 규정된다. 이는 통시태이다. 공시태와 통시태가 섞여서 선희를 만든다. 그리고 선희의 관점에서 그녀는 이를 즐긴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소쉬르의 랑그와 파롤을 넘어선 담화자의 언표행위를 고려해야 한다. 언어와 담화와의 분리, 언어와 담화간의 차이는 기호론적인 것과 의미론적인 것 사이에 차이가 있다. 기호론과 의미론은 에밀 벵베니스트(Emile Benveniste)에서 비롯됐다.

소쉬르의 랑크와 파롤

우선 소쉬르는 언어학적 현상들의 서로 다른 접근의 두 가지 방식을 가리키기 위하여 공시태와 통시태라는 이원론을 도입했다. 공시태(Synchronie)는 일정한 시기에 어떤 언어 공동체 안에서 그 구성원 사이의 의사소통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그 언어의 모습이다. 통시태(Diachronie)는 그 언어가 계기적 시간 축을 따라 변화하는 전체의 모습이다.

공시태는 랑그와 통시태는 파롤로 연관이 있다. 공시태는 어떤 정해진 시점에서 작동하는 '동시적 요소들 사이의 관계'이고, 통시태는 '체계와 그 요소들의 변화'이다. 기호 체계에서 랑그는 개인적인 화자와 그 화자가 처한 사회적인 맥락과는 무관하다. 그래서 공시태와 통시태는 서로 다른 언어학의 대상이다. 공시언어학은 논리적이고 심리적인 관계를 체계를 이루는 사항들을 연결해주는데 이는 동일집단의 인식과 같다. 이에 반해 통시언어학은 연속적 사항들을 연결해주는 관계이다. 소쉬르는 랑그를 파롤의 우위 뒀다. 현대 기호론에서 공시적인 연구가 통시적인 연구에 우위에 있다.

말하는 사람은 항상 어떤 언어 상태 앞에 놓인다. 말하는 사람은 동시적으로 관계를 맺기 때문에공시태가 유일한 현실이다. 언어는 모든 부분을 공시적인 유대 속에서 고찰할 수 있다. 소쉬르의 언어 연구는 랑그에 대한 연구이고, 그것은 동시에 공시적인 구조에 대한 연구였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지만 주어진 순간에 그것들이 처한 상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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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e Benveniste(1902-1976)

벵베니스트의 담론현실태

벵베니스트의 담론현실태는 말하는 주체와 그가 가리키는 지시대상이 어떤 담론 속에 출현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는 주체의 담론이 이루어지는 심급을 의미하며 인칭 대명사, 시제, 장소와 시간 부사, 지시사 등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주체의 발화가 이루어지는 동시에 화자와 청자 사이의 관계에서 구체적인 상황을 드러나게 한다. 어떤 특정한 개인이 '나'라고 말하면서 자기 자신을 지칭하면 그 순간 '나'라는 단어는 실체를 갖고 그때 비로소 나는 하나의 구체적인 의미를 지닌다. 2인칭 '너'와 3인칭 '그, 그녀’도 마찬가지로 어떤 기호는 화자의 담론 속에 자리를 잡을 때 의미를 갖는다.

벵베니스트는 이야기(histoire)와 담론(discours)을 구분하며 '이야기'는 말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개입이 없는 사건들의 이야기 체계이며, 그 체계 속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사건들은 저절로 이야기되는 것처럼" 보인다 정의한다. 하지만 '담론'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전제로 하는 발화 행위를 가정한다. 그것을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이다. 누군가 말하는 행위는 '누군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것'으로 '주체'와 '지시대상'을 가리키는 기호를 잠재상태에서 해방시켜 구체적인 맥락 속에 놓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사전 속에 추상적으로 그 의미가 규정되어 있는 '단어'를 선택해 현실 속에서 그것을 활성화 한다. 여기서 '담론현실태'라는 개념이 중요한데, 이는 발화 행위를 하는 구체적인 맥락에서 공간적, 시간적 지점을 말한다. 여기서 구체적인 맥락이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누군가'의 차원과 '무엇인가에 대해서'의 차원이다.

주체가 '누가' 말하는가의 문제에 대한 것이 우선 검토되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체'는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구체적인 '의도'를 지니고 자신의 행위 책임지는 존재이다. 또한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언어기호를 통해 세계의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의 문제다.

주체와 지시대상의 관계설정은 잠재상태의 기호가 체계 밖으로 뛰쳐나와 구체적인 세계와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말하는 사람이 익명의 구속에서 벗어나 주체의 자유를 획득하는 순간으로 기호의 닫힌 체계가 열리는 순간이다. 구조언어학에서 말하는 사람은 랑그의 규칙에 지배되는 비자율적인 존재지만, 실제 언어활동에서 말하는 주체로 따지면 상황마다 달라지는 자율적인 존재이다. 막연한 상태에 머물러 있던 단어는 말하는 주체가 자신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표현하며 되살릴 때마다 각각의 다른 의미로 세계를 열어 나간다. 어떤 개인이 발화행위를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추상적인 기호에서 구체적인 도구로 변하게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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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희에서 기호론과 의미론

랑그와 파롤로 구분한 소쉬르의 기호론은 집단 언어와 개인 언어의 차이이고, 뱅베니스트의 구분은 이중적 의미화 작용으로 규정한다. 의미론적인 것은 발화 행위의 세계 및 담화에서 비롯된다. 기호론적인 것은 ‘인식되어야’하는 것이고, 의미론적인 것인 담화는 ‘이해되어야’하는 것이다. 기호론적인 것은 언어(랑그)의 특성이고, 의미론적인 것은 언어를 가동시키는 화자의 행위(활동성)로부터 기인 하는 것이다. 선희의 행위에 따라서 변화하는 세 남자의 상태를 볼 수 있다.

기호의 세계는 자체적으로 폐쇄되어 있다. 기호론적인 것의 순수한 언어와 의미론적인 것의 담화 사이에는 서로 만나지 못하는 간극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선희는 사라지고 세 남자는 선희의 행위를 서로 알지 못한다. 세 명이 각자 선희를 바라보는 공통된 공시태는 랑그이고, 선희는 이렇게 각자의 담화에 따라서 성격이 의미론적인 것으로 규정되는 간극이다.


Movie URL: https://www.themoviedb.org/movie/211579?language=ko-KR
Critic: A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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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오하게 접근하셨네요...
개인적으로 감독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양한 시각으로 볼 필요는 있는거 같아요^^

홍상수 작품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들이 많네요.
초중기에서 좋아하는 작품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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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심오한 영화였던가요?^^ 홍상수 작품은 나중에 다른 작품에서 인물들끼리 연결되는 것도 재밌고 꾸며지지 않은 생으로의 느낌이 참 좋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