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후텁지근하던 날씨가 오늘 비가 몰아 왔습니다. 세차게 내리는 비는 아니지만 홈통으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게 들립니다.

언제나 하게 되는 생각이지만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어디까지라고 경계를 짓기는 어렵다고 느낍니다. 어느 날 가족관계 등록부를 발급 받을 일이 생겼습니다. 자동 발급기를 이용해서 발급을 받고 내용을 확인 하는 순간 황당한 일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어머니 성함이 빠졌습니다. 분명히 같이 사는 세대원인데 가족구성원에서 빠졌다는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혈통은 물론이지만 혈연이 결혼으로 인한 관계도 같은 건물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있으면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민원창구에 찾아가서 담당 직원에게 문의를 한 결과 시부모는 가족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니 남편 명의로 발급을 받으면 된다고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은 혈통은 물론이지만 혈연이 아니라도 결혼으로 인해 형성된 관계라도 같은 건물에서 함께 생활을 하고 있으면 당연히 가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원의 안내대로 위임장을 작성하고 남편 명의로 발급을 받으니 어머니가 보입니다. 다시 생각해도 납득이 가지 않는 일입니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를 일입니다.

정답은 가을, 친정입니다.

‘바 오래기를 주워 왔는데 소가 묻어 왔다’
무슨 꿈을 꾸었는데 이런 횡재를 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금부터 송아지 그림을 머리맡에 놓고 잠을 자고 싶은 심정입니다. 얼마나 좋았을지 저도 그 기분 알고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세일을 하기에 지인과 함께 들렀습니다. 아마 이맘 때쯤으로 기억합니다. 가을 옷도 보고 싼 물건이 있으면 득템하겠다면 찾아갔습니다. 아마 아이들 옷을 사고 남편 옷도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숄도 하나 장만하고 오는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빽빽한 사람들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니 핸드백을 팔고 있어 팔 걷어부치고 몇 개를 골라 옆에 있는 지인에게 맡기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으로 하나씩 골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집에 와서 보니 빠닥거리는 만 원권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누군가 선물로 받은 백을 환불했거나 교환했던 것 같습니다. 벌써 오래 전이라 만원이면 지금 오 만원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을 때입니다. 혼자 있으면서도 그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입이 귀로가곤 했습니다. 아마 살면서 그런 기분 한 번쯤 맛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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