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에 / 조향순]

in #magnetar014 days ago

[가을날에 / 조향순]

지금 만나러 가요
굳이 담장 너머로
꽃등 하나 내보내지
않아도 괜찮아요
꽃물이 흘러 가을 내내
신열에 아파할까
마음 저리니까요

이른 아침
국화꽃 한 잎 따서
당신 세숫물에 띄울래요
한 방울 똑 떨어져
눈가에 깊이 스며들면
내 마음이 그립다고
일러 주는 것

가을빛들이 빨갛게
익혀놓은 촘촘한 그리움을
햇살 다발에 묶어
바람이 지나는 길에
놓아 드릴게요

가을은
꽃잎들이 아파서
홀로 우는 것이 아니에요
숨어 우는 바람 소리가
슬퍼서 시름시름 졸고 싶은 것

Sort:  

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