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직업, 아버지

in #kr-po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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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종종 큰 키를 낮추어 그를 공중으로 높이 안아 올리곤 했다.

그러면 그는 기분이 좋아서 허공에 작은 손을 바둥대며 까르르 웃고,

그의 어머니도 옆에서 두 사람의 유쾌한 모습을 보고 웃느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공중에서 어머니의 웃는 얼굴과 아버지의 하얀 치아와

숱이 많고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을 내려다보면서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즐거워했다.

그리고 잠시 후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그는 아버지에게 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사실 아버지의 건강한 팔뚝에 몸을 맡기고 있을때만큼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때도 없었다.

그에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훌륭한 사람은 바로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 그는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뺏는 친구를 넘어뜨리는 법을 배웠다.

또 그는 종종 자신이 터득한 씨름 기술을 아버지에게 사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숨이 찰 만큼 아버지를 밀고 넘어뜨리려 해도

아버지는 안락의자에 태연하게 앉아서 신문을 보았다.

그러면서 가끔 놀란 표정을 하고

"얘야, 왜 그러는 거니?"라고 묻는 것이 고작이었다.

다시 몇 년이 지나자 키가 훌쩍 자란 그는 훤칠하면서도 단단하게 자라

마치 이제 막 뿔이 돋기 시작하는 수송아지처럼 활기찼다.

그는 이제 막 생기기 시작한 이두근을 드러내 보이며

어머니에게 줄자로 둘레를 재보게 한 후 의기양양한 얼굴로 아버지의 눈앞에 내밀어 보였다.

"만져보세요, 단단하지 않아요?"

그러나 아버지가 엄지손가락으로 조금 힘을 주어 꼭누르자마자 그는

"아야!" 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흥, 아빠, 두고 봐요! 언젠가 내가 꼭......"

중학생이 되어서도 그는 가끔씩 아버지와 씨름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누가 다칠까 봐 걱정을 하며 아버지와 그를 따라 빙글빙글 돌았다.

어머니가 볼 때는 두 남자가 툭하면 이렇게 결투를 벌이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지는 쪽은 그였다.

그가 하늘을 향해 팔다리를 뻗고 누운채 숨을 헐떡거리면

아버지가 내려다보며 껄껄 웃으며 말했다.

"항복이냐?"

"항복!"

그 뒤로 1년이 넘도록 그와 아버지는 씨름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문득 그 사실을 떠올리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가 보기에 아버지는 더 이상 예전처럼 크지도 어깨가 넓지도 않아 보였다.

심지어 이제는 두사람이 마주 보고 서면 똑바로 눈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는 또다시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의 손에서 살며시 신문을 잡아 빼고 방긋 웃으며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아들의 눈에서 도전의 뜻을 읽고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한 번 붙어보고 싶으냐?"

"네, 아빠. 어서요."

아버지는 와이셔츠 단추를 풀었다.

"이건 분명 네가 하자고 한 거다."

"오. 맙소사! 찰스, 빌, 그만둬요. 그러다 다치고야 말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어깨를 드러내고 자세를 잡았다.

눈은 호시탐탐 상대의 허점을 노렸다.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빌이 깜짝할 사이 아버지를 넘어뜨렸다.

"항복하세요!"

빌이 아버지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럴 수는 없지!"라고 하면서

순식간에 빌을 밀치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결국은 아버지가 먼저 지쳐 낭패스러운 얼굴로 바닥에 벌렁 눕고 말았다.

아버지는 무정하게 자신에게 울라타 꾹 누르는 아들을 밀쳐내기 위해

몇 번인가 애써보다가 마침내는 손을 놓고 거친 숨을 내쉬었다.

"항복하시죠?"

빌이 묻자, 아버지는 미간을 찡그리며 고개를저었다.

그러자 빌이 무릎으로 계속해서 아버지의 몸을 눌렀다.

"항복!" 그렇게 말하면서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때 어머니가 달려와 빌의 어깨를 세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아버지를 일으켜드려. 어서!"

빌이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항복이죠?"
아버지는 웃음을 그치고 젖은 눈으로 말했다.

"그래. 내가 졌다."

빌이 일어나서 아버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으키자 아버지는 빌을 보고 웃었다.

빌도 웃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아빠.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아무렇지도 않아. 아들, 다음에는 ...... "

"아마 다음에...... "

빌은 알고 있었다.

아마 이제 다시 아버지와 씨름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빌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번갈아 쳐다본 뒤 갑자기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예전에 아버지가 자신을 목마 태워 드나들던 문을 지나서,

예전에 숨어 있다가 아버지가 돌아오면 뛰어나와 두 다리를 덥석 끌어안던 그 문을 지나서 .......

무수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빌은 눈물을 흘렸다.

그 옛날 자신에게 더 없이 위대하고 멋져 보이던 아버지가 이제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게 된 데 대한 눈물이었다.

아버지는 더이상 자신보다 크고 강하진 않았지만 변함없이 크고 깊은 아버지의 사랑에 그는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비워주십니다..

강건해진 아들은 또 자신의 아이를 강하게 키워냅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잉태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내게 자리를 내어주었듯이 나 역시 묵은자리를 비워줘야겠지요.

아버지는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직업이니까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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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애가 중학생이 되더니 불쑥 컸어요. 제가 그만큼 늙어가는 거겠죠.

아직 어린 아들이지만 장차 이런 모습이 재연될 것으로 생각하니 벌써부터 묘한 감정이 일어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