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500억 벌어” 한국부자 순위 바꿀 34세 청년 창업가

in #korea3 years ago

세계 1억명 즐기는 게임앱 업체 111%
올 1월 업계 최초로 연봉 50% 인상
한국 개발자 연봉인상 신호탄 쏴 올려

“제 목표는 우리 회사를 2030년까지 세계 1등 업체로 만드는 것입니다.”

jhi.jpg

얼마 전까지 111% 김강안(34) 대표는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허풍이 심하다’, ‘꿈만 크다’고 구박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게임업체 111%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2015년 창업, 2016년 매출 23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했다. 이 숫자가 매년 평균 2배 이상 늘었다. 2020년 매출은 1500억원, 영업이익은 500억원. 전세계 1억명이 111% 게임을 즐긴다.

게임 업체 넥슨을 만든 김정주(54) NXC 대표는 김강안 대표보다 딱 20살 많다. 김 대표가 김강안 대표와 같은 나이였던 2000년 넥슨 매출은 268억원이었다. 미국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는 올 3월 기준 한국 최고 부자는 김정주 대표(재산 141억 달러)란 조사결과를 내놨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그는 144번째 부자다. 만약 111%가 지금처럼 계속 성장한다면 김강안 대표는 2030년 전에 김정주 대표보다 더 큰 재산을 손에 쥘 수 있다.

“제 주변에서 과거 가장 많이 실패한, 또 지금도 가장 많이 실패하고 있는 사람이 접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 같습니다.” 누가 봐도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청년 가운데 하나인 김 대표는 자신이 성공이 아니라 실패의 대명사라고 한다. 패기 어린 세계 1등 포부와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는 사실은 9번이나 사업에 도전했다가 망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첫 실패를 대학시절에 겪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부 10학번입니다. 2013년부터 3년간 앱을 30개 만들었습니다. 혼자 만들기도 하고 팀을 짜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직접 만들거나 참여한 브랜드가 9개입니다. 다 망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탬프로드’다. “2013년 교내 창업지원단이 주최한 청년CEO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상금으로 받은 창업지원금 1000만원을 털어 스탬프로드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었습니다. 커플에게 데이트코스를 짜주고, 코스 완주 도장을 받으면 보상을 지급하는 서비스였습니다. 커플이 방문한 업체에서 수수료를 받아 돈을 벌 계획이었습니다.” 이 앱을 내려 받은 사람은 1000명. 완주 도장을 받은 사람은 딱 1커플이었다. “완주한 분들에게 사 놓은 마케팅용 경품을 다 드리고 손을 털었습니다.”

늘 시작도, 제작도, 포기도 빨랐다. 아니다 싶으면 깨끗하게 포기하고 다른 일을 했다. “제일 오래 잡고 있었던 것은 8개월, 짧은 건 1달입니다. 경험도 없고, 실력도 모자라니 망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죠. 오히려 망할 거라면 빨리 망하는 편이 좋다고 봤습니다. 그래야 빨리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요. 가진 것 없는 작은 스타트업 입장에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업은 빨리 접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실패할 때 지적 받은 건 다음엔 되풀이하지 않도록 가슴에 새겨 놓습니다. 그리고 빨리 새 일을 시작한 것이 생존 비결이었습니다.”

빨리 만들 수 있고 성패도 빨리 알 수 있는 사업을 찾다가 2015년 호주 개발자 2명이 만든 게임 앱이 3달만에 90억원을 벌었다는 뉴스를 봤다. ‘길건너친구들’이란 자동차나 기차를 피해 길을 건너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이거다 싶었다. 당장 그해 12월 ‘비비탄’이란 게임을 내 놓았다. 기획, 개발, 디자인, 마케팅…, 모두 혼자 했다.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30번이나 앱을 만든 경험이 빛났다. “바로 수익이 나더군요. 그리고 다음 내 놓은 게임 ‘포퐁’과 ‘찰스’가 다시 인기를 끌어 회사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2016년 3월 마케터, 디자이너, 개발자를 1명씩 채용했습니다.”

이후 회사는 순풍을 만난 배처럼 쭉쭉 앞으로 나갔다. 처음 출시한 게임인 비비탄은 3000만 다운로드(3월말 기준)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내 놓은 게임은 약 150개. 전세계 200여개 국가 약 1억명이 111%가 만든 게임을 즐긴다. 또 하루 85만명이 회사를 대표하는 게임인 랜덤다이스를 한다. 랜덤다이스는 2020년 1월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전략게임부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11% 설립 후 성공에 성공을 거듭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김 대표는 아니라고 한다. “회사를 만든 다음 내 놓은 게임이 150개가 넘습니다. 그 가운데 130개 정도는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출시한 게임 87%가 실패한 셈입니다.” 111%는 실패를 많이 하는 실패를 용납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진 않는다. 김 대표는 심지어 실패를 사랑한다. “실패를 부정적인 단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좋아합니다. 실패와 도전은 같은 단어입니다. 도전하지 않았다면 실패할 수 없습니다. 또 실패는 공부와 비슷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실패해서 경험을 쌓은 것이 진짜 공부라고 봅니다.”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는 실적에 자신감을 얻은 111%는 올 들어 한국 게임 업계 나아가 IT 업계 전체를 뒤흔들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을 휩쓴 개발자 연봉 인상 열풍의 발원지가 바로 111%다. 회사는 1월1일 전격적으로 전직원 연봉 50% 인상을 발표했다. “그땐 우리 회사가 국내 게임업체 가운데 연봉이 제일 높았습니다.” 하지만 그 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들이 연봉을 따라 올렸다. 나아가 IT업계 전체에 연봉 인상 바람이 불었다. 주요 IT업체들이 모두 개발자 연봉을 따라 올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 전체 개발자 몸값이 치솟았다.

얼핏 보면 지금은 111%를 비롯한 주요 게임 업체 연봉이 비슷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금도 111% 연봉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인사부서에 경쟁업체들 연봉 수준을 조사합니다. 필요한 인재가 있다면 조사해 놓은 연봉보다 더 주고 데려옵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우리 연봉이 업계 최고일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 8월 111% 직원 숫자는 50명이었다. 그리고 현재 직원은 약 100명이다. 8개월만에 직원이 두배로 늘었다. 요즘 개발자 뽑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지만 김 대표는 “충원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111%는 지금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연말까지 100명을 더 뽑을 생각입니다.” 앞으로 8개월이 더 지나면 직원 숫자가 다시 2배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111%는 게임 업계의 일하는 문화도 확 바꾸겠다고 나섰다. 게임업계 사람들은 ‘크런치 모드’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크런치(crunch)란 단어는 결정적 시기, 또는 뭔가 우드득하고 부서지는 소리란 뜻을 가지고 있다.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결정적 시기는 신규 게임 출시 전후다. 이 무렵 직원들은 밥 먹듯 야근과 철야를 한다. 휴일에도 출근하고, 밥 먹는 시간마저 줄인다. 크런치 모드 땐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일해야 한다. 하지만 111% 직원들은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고 원하는 시간에 퇴근한다. 물론 완전 자유는 아니다. 11시부터 4시까지는 모두 같이 일한다. 점심 시간을 빼면 하루 4시간이다. 나머지 시간은 회사가 간섭하지 않는다. 이른바 코워크 타임제다.

“1월 1일 연봉 50% 인상 발표와 함께 코워크 타임제를 시작했죠.” 물론 야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일부 직원들에겐 밤에 이제 그만 좀 집에 가라고 말해야 합니다. 또 우리 직원들도 게임을 새로 내 놓은 시기 바쁠 때는 먹고 자는 것도 잊고 일을 합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일하기를 강요하는 문화는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최고 인재가 최고 대우를 받으며 최고 근무환경에서 일하도록 만들었다”고 믿는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 끌어가고 그 모습을 보고 배우는 조직이라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개발자가 늘어 올해 새로운 게임이 쏟아져 나올 듯하지만 거꾸로 출시할 게임 숫자는 확 줄었다. “올해 10개 정도 게임을 내 놓을 생각입니다. 게임 하나를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6~8개월 정도입니다. 지금 새로 들어온 직원들이 만든 게임은 연말 정도에나 선보일 수 있습니다.” 창립 이후 연평균 30개 게임을 내 놓은 111%다. 아무리 그래도 숫자가 너무 적다. 빨리, 많이 실패한다는 생각이 달라진 것인지 물었다.

“개발하는 게임 숫자는 줄지 않았습니다. 연간 100개 정도 기획 아이디어를 내놓고 검토합니다. 이 가운데 30개는 실제 게임을 만들어 대중에 공개하지 않고 소수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합니다. 또 그 중에서 좋은 평가를 10개만 세상에 공개할 생각입니다.” 더 많이 실패하고 더 빨리 실패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브랜드에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외부로 나가는 문턱을 확 높였습니다. 111%란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간 게임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 대표가 연봉 50% 인상 같은 일련의 과감한 실험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회사 주식을 100%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한다. 투자를 받아 지분을 가진 주주가 많으면 아무래도 마음먹은 대로 과감하게 움직이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다른 주주 입장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사업이 잘 안 풀릴 때는 투자 받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반대로 사업이 잘 풀리자 돈이 넘쳐서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모든 지분을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지금은 주식시장에 상장할 생각도 없다. 거리낌 없이 마음먹은 대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111%에는 다른 회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많다. 작년 12월 만든 R(rule)셀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게임 규칙 혹은 룰을 찾고 연구하는 조직이다. 바둑이라는 게임이 재밌는 이유는 복잡하지만 정교하고 합리적인 규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규칙이 모여 바둑이란 게임을 만든다. R셀은 새로운 게임의 규칙을 만든다. 이 규칙이 참신하고 정교하면 창의적인 게임이 나온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R셀에서 연구하고 테스트해 정리합니다.” R셀에서 새 게임의 룰을 정리해 놓으면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이 모인 팀이 가져가 새 게임을 만드는 구조다.

작년 5월 도입한 ‘재미 그래프’란 독특한 사용자 분석 도구도 있다. 사용자가 게임을 시작하면 5분 단위로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어느 시점에 게임을 하다가 멈추는 경우가 많으면 그 부분에 손을 댄다. 아이템을 주거나 뭔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드는 식이다. 또 여러 명이 함께 하는 게임인데 특정 구간에서 부정적인 단어로 대화하는 경우가 늘어나도 그 부분을 고친다. 하루 수백만명이 111% 게임을 한다. 수천만건이 넘는 정보를 실시간 분석할 수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올해 목표는 작년 대비 4배 성장입니다. 힘들다는 것은 제가 더 잘 압니다. 그러나 목표는 늘 크게 잡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2030년 세계 1등은 어렵습니다.” 만약 해마다 매출이 4배씩 늘어나면 10년후 매출은 100만배 이상 늘어난다. 말하자면 2030년 매출 15경원이란 터무니없는 숫자가 나온다. 1경은 1조의 1만배다. 작년 미국 포춘지가 발표한 글로벌 기업 매출액 순위를 보면 1등은 월마트다. 매출은 600조원을 살짝 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15위로 약 230조원이었다. 김 대표가 왜 실패에 익숙한 지 알 것 같다.